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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8>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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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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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훈 (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이 곳 NIH Clinical Research Center (CRC)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점등식을 거행하였다. 매년 이 맘 때면 기독교 병원인 모교의 병원에서도 의료원 정문 앞에 있는 큰 전나무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11월 말의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를 거쳐 신년까지는 매우 느슨해지는 분위기라고 하는데, 과학은 멈추지 않는다며 연구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같은 실험실의 미국인 포닥의 말처럼 여전히 똑같이 움직이는 실험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작년 이 즈음에 환자 한 명이 자살을 하였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고 하는데 병동에서 투신하여,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쓰러진 모습을 꽤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다고 한다. 사고를 목격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염려하여, NIMH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에서 정신 건강에 대한 상담과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하였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이 곳에 있으면 많은 환자들을 만날 수가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주로 당뇨병과 비만·고혈압이 있는 환자들의 임상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각종 내분비학적인 역동 검사를 위한 일일 입원 외에 입원 환자는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이곳엔 집중 치료실·수술실 등이 있고, 가끔 CPR을 위한 응급 방송이 나오는 것을 보면 꽤 위중한 환자도 입원해 있는 모양이다.

NIH CRC의 구성을 살펴보면 방사선과, 진단검사의학과, 그리고 각 병동 등 여느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접수처가 없다는 점과 진료과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같은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지 않은 점이 일반 병원과 다른 점이다. NIH는 산하 27개의 연구소와 7개의 센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연구소는 주로 질환 혹은 장기 별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이 암연구소이고, 그 밖에 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 연구소·심장·폐·혈액연구소, 치과 및 구강악안면연구소, 눈연구소, 신경질환 및 뇌졸중연구소 등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에서 institutes가 복수임을 알 수 있다. 즉, 필요에 의해 각각의 연구소들이 설립이 된 후, 이 모든 연구소의 집합체가 NIH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환자 진료와 임상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7개의 센터가 있는데, 이 곳에는 정보공학센터, 연구비심사실, 보완대체의학센터 등이 있다. 각 연구소와 센터의 임상 부문이 모여서 clinical research center를 구성하는데, NIH 메인 캠퍼스의 중심인 10호관에 거대한 병원을 형성하고 있다.

모든 환자는 정해진 프로토콜에 의해 진료한다. 진료 자체가 임상 시험인 셈인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은 많이 익숙해 있지만, 난치병이나 고난도의 수술을 요하는 질환의 임상 시험의 경우 그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사명감을 가지고 임상 시험인 진료에 임하는 임상 연구자들과 자신의 신체를 의학 연구를 위해 기여하는 미국인들의 기부 정신은 많이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이 곳에서 진행 중인 연구를 위해서 읽어야 할 논문도 많고, 해야할 실험도 다양하지만, 이 거대한 NIH가 운영되어 가고 있는 모습들을 살펴 보기 위해서 더욱 발로 뛰어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와 숲 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즐거운 성탄절과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기원하며 이 자리를 빌려고국에 계신 모든 분들께 인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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